애니 만화 게임 소감 / / 2013. 4. 10. 23:05

[애니] 부탁해요☆시리즈 현장방문 - 키자키 호수

부탁해요☆티쳐, 부탁해요☆트윈즈, 현장방문, 성지순례, 키자키 호수, 마츠모토시

※ 이 글은 2004년에 홈페이지(Prisis.co.kr)에 썼던 프리토크를 옮긴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과는 다를 가능성이 있으며, 내일 업데이트 예정인 부탁해요☆트윈즈 리뉴얼 자막 포스팅과 링크를 위해 업데이트합니다.

오네가이☆티쳐, 오네가이☆트윈즈

■ 결국 직접 찾아간 부탁해요☆시리즈의 현장!


이전에 부탁해요☆시리즈의 배경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만, 자막을 제작한 뒤 결국 참지 못 하고 지난 2004년 1월에 그 현장인 나가노현 키자키 호수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지금부터 직접 방문하여 본 것들, 느낀 점 등을 간단한 기행문 형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여행의 시작 (신쥬쿠 → 마츠모토市)


나가노는 도쿄의 북서쪽에 위치한 현으로, 한국으로 치면 대충 서울에서 광주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신칸센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쾌속 열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도쿄-키자키 호수는 직통도 없기에 마츠모토시에서 시골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마저 있었습니다.


큰 맘 먹고 가보기로는 했지만 어쨌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한 이상, 겨울이라 해가 일찍 질 걸 감안하여 아침 8시에 출발하였습니다. 돌아올 시간이 불확실하기에 우선 신쥬쿠로 가서 마츠모토행 편도표를 끊었고, 그래도 세 시간이면 가겠지라고 생각했으나 이건 완전한 계산 미스였습니다. 키자키 호수가 아니라 마츠모토까지만도 세 시간 가까이 걸렸던 겁니다. 게다가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 손으로 열고 타는 무인 열차 (마츠모토시 → 키자키 호수)


일단 마츠모토까지는 별 문제없이 도착하였습니다. 사실 이 애니의 배경이 되는 학교는 마츠모토시에 그 실제 모델이 있는데, 여긴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우선 키자키 호수로 갈 열차 표를 끊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일, 키자키 호수로 가는 열차는 그야말로 시골 열차 중의 시골 열차였던 겁니다.


배차 간격이 두 시간에 한 대밖에 되지 않고, 그마저도 겨우 두 열. 더욱 경악스러운 건 승객이 손으로 문을 열고 타는 수동문인데다가, 조그만 시골 역이라 제대로 된 플랫폼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은 건 물론이고, 대부분 역무원조차 없었다는 점입니다 (애니를 보면 안내방송으로 앞의 문으로만 내리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이유는 거기밖에 내릴 땅이 없기 때문입니다). 표는 열차 내부에 가끔 확인하러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으며, 그냥 내릴 역에 서면 승객들이 알아서 문을 열고 타고 내리는 황당한 시스템이었습니다 -_-;; 그야말로 궁극의 시골 기차가 뭔지 느낀 순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어쨌든 시골 열차답게 엄청나게 느린 속도는 물론이고 거의 2-3분마다 정차했기에 마츠모토시에서 키자키 호수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2시간 이상 걸렸으니 더는 설명 안 해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침 8시에 도쿄를 출발했는데 키자키 호수 도착까지 무려 5시간 30분이나 걸린 것입니다.



■ 열차 오타쿠


일본의 열차는 노선 종류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같은 노선도 다니는 열차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서는 역과 안 서는 역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까딱 잘못 타면 완전히 이상한 데로 가거나 원하는 역에 서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이 키자키 호수행 시골 열차를 타고서 제대로 탄 건지 시간이 지날 수록 굉장히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내에 노선도도 붙어있지 않는데다, 거리상 그리 멀 리도 없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도착하질 않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결국 첫째 칸으로 가서 기관실 앞에 있던 기관사 같은 복장의 남자에게 질문을 했는데, 이 사람은 사실 기관사가 아니라 그 유명한 철도왕국 일본의 열차 오타쿠였습니다. 이 아저씨가 또 저를 경악하게 했는데, 앞으로 설 역 이름과 체류 시간 등을 줄줄이 외우고 있던 거죠. 어쨌든 이분에게 제대로 탔다는 사실을 확인 받고 자리로 돌아오던 도중 저는 애니팬의 오오라를 발하는 남자와 만나게 됩니다



■ 여행의 동반자 나오토 씨와의 만남


그는 제가 앉아있던 자리의 뒷편 좌석에 앉아있던 안경 쓴 남자로, 복장과 모습은 평범했지만 그 눈빛과 분위기는 분명 애니팬의 그것이었습니다 (거짓말). 잠시 눈이 마주치고 우리는 서로를 의식+견제하기 시작했는데, 어쨌든 시간이 지나 창밖으로 마침내 키자키 호수의 모습이 펼쳐졌고, 저는 벅찬 마음으로 티쳐에서의 실연장면이 벌어졌던, 트윈즈의 클라이맥스신 무대인 바로 그 우미노구치역에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안경 쓴 남자도 같은 역에 내렸는데, 그 역시 이 호수를 찾아온 순례자(?)였던 겁니다.


일단 함께 내린 뒤 저와 그는 간단한 인사와 통성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나오토란 이름의 도쿄에 사는 20대 중반 직장인으로, 여기서의 만남을 계기로 이날 하루종일 함께 돌아다니게 됩니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만남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사진 찍기도 편했습니다). 그는 심각한 애니 오타쿠는 아니였지만, 이 시리즈에 있어선 열렬한 팬이었고, 이번 키자키 호수 방문이 두 번째였다고 합니다. 이후 이런저런 이야길 듣게 되는데 이건 조금씩 여정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 우미노구치 역


사진으로 본 적이야 있지만 역시 실제 모습을 본 순간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화면 속에서 캐릭터들이 움직이던 바로 그 장소가 그대로 존재하고 있던 겁니다. 그들이 앉아있던 플랫폼이나 역 내부, 주변 경치는 정말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역사 안에는 팬들이 남기고간 물건과 함께 메시지를 적어놓을 수 있는 방명록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제설차량 때문에 캐릭터들이 앉아있던 바깥 의자는 치워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곳 나가노는 과거에 동계 올림픽이 열렸을 만큼 눈이 많이 오는 지역으로, 부탁해요☆티쳐의 음악 영상처럼 2월이 되면 완전히 눈에 덮힌다고 하는데, 제가 찾아간 때는 1월이었지만 이미 눈이 꽤 쌓여 역 북쪽에 있는 나무다리 등은 그 모습도 알아보기 힘들었습니다.



■ 헤리카와 상점 & 교차로


우미노구치 역을 나와 남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헤리카와의 집이자 카렌과 미이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름은 달라서 실제로는 야마자키 상점입니다). 내부 모습도 물론 일치하고, 화면 및 대사에 나오는 국수 역시 팔고 있었으며, 애니에 나온 가게 모습을 벽에 프린트해 붙여놓고 있었습니다만, 식사하고 계신 손님들도 있어 사진은 찍을 수 없었고, 그냥 음료수만 하나 나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헤리카와 상점 바로 건너편에는 애니에도 빈번히 등장하는 교차로가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올 때 타고 온 열차가 지나다니는 선로죠. 이곳은 따로 보도가 없어 오히려 찻길이 위험하기에, 가운데서 사진을 한 장 찍고 기찻길을 따라 남쪽 이나오 역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오토 씨와 간단한 잡담을 하며 걸었는데, 제가 찾아가기 조금 전인 정월에 애니 팬들이 약 50명이나 몰려와 이곳 신사에서 참배를 하고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_-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온라인에서 모이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 그저 좋아서 우연히 몰려든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고 하니, 역시 대단한 오타쿠의 나라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애니팬들이 몰려다니니 지역 주민들 중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서, 원래 애니에 나온 세 역에 모두 설치했던 방명록 중 두 개는 없앴다고 하니 약간 문제도 있는 듯합니다.



■ 이나오 역 & 호숫길


트윈즈의 오프닝에 등장하고 본편에서도 비를 피하기 위해 캐릭터들이 들어오는 이나오역은 애니와 똑같지만, 창고로밖에 안 보이는 좁은 대기실과 4미터 남짓한 플랫폼이 전부로 내부는 썰렁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곳을 지나 더 남쪽으로 가면 티쳐에서 미즈호 선생님이 지나다니는 짧은 터널이 있고, 터널로 안 들어가고 옆의 샛길로 빠지면 호수를 따라 돌 수 있습니다. 애니에서 통학로로 쓰이는 이 길은 오프닝에 나오는 갈림길이나, 미이나의 친구와 만나는 산책로, 자주 화면에 비춰지는 백조 보트 대여소, 티쳐에서 빈번히 사용된 나룻터가 있는데, 겨울이라 배들이 줄줄이 정박해있던 탓에 애니에서의 그 느낌으로 다가오진 못한 게 약간 안타까웠습니다.



호수의 남쪽 끝을 돌아 다시 북서쪽으로 20분 정도 걸어올라가면 나무의자 등의 등장 포인트가 더 있지만, 말도 못 하게 드문 열차를 놓치면 문제가 있기에 시간관계상 가보지는 못 하였고, 그냥 여행의 하일라이트로 돌입하게 됩니다.



■ 놀이터 & Lawson & 시나노키자키 역


독특한 색과 모양의 미끄럼틀과 그네가 인상적이라 가장 와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 놀이터였는데, 미끄럼틀도 올라가보고 그네에도 앉아보는 등 나름대로 즐거움을 만끽했지만, 이 주변엔 낚시중인 아저씨들이 몇 분 계셔서 다 큰 어른이 놀며 사진 찍기엔 조금 창피했습니다 -_-; (이 지역 사람이라면 이곳의 의미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말이죠).



이 놀이터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트윈즈 1화에서 미이나가 발을 씻던 편의점 수돗가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편의점 건너편에 정말로 학교가 있지는 않고, 고속도로 옆에 붙어있는 휴계소 같은 편의점이라 안은 은근히 붐비고 있었습니다. 결국 편의점을 나와 카렌이 잠을 자다 마리엘과 만나는 시나노자키 역을 구경한 뒤 마츠모토로 돌아가는 열차에 타고 키자키 호수 여행을 마치게 됩니다. 물론 마츠모토까지 돌아가는데도 또 두 시간 걸렸습니다만, 이때는 그래도 이야기할 상대가 있어 시간은 금세 지나갔습니다.



■ 마츠모토 고교


마츠모토시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6시 가까이 되어 주위는 어두컴컴해져 있었습니다. 캐릭터들의 학교를 보고 싶어 바로 도쿄로 돌아갈 수도 없었는데, 사전조사에 따르면 역에서 도보 20-30분이라 되어있어 솔직히 찾아가는 게 막막했습니다만, 다행히 나오토 씨가 아침에 이미 들렸다 왔는데도 불구하고 안내해주셔 약간 헤매면서도 무사히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전 프리토크에서 이야기했듯 이곳은 이제 학교가 아니라 지역 문화센터처럼 쓰이고 있었는데, 제가 찾아갔을 때는 보수공사중이었습니다. 밤중이라 사진을 깨끗하게 찍지 못하여 다른 분이 찍은 사진을 붙이지만 내부 정원이나 학교 외형은 그야말로 애니에서의 그것이라 감격할 만했습니다. 이후 저녁으로 근처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연락처를 교환한 뒤 우리는 헤어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미리 예매를 안 해놔서 도쿄행 열차는 금연석이 매진; 할 수 없이 흡연석의 연기 자욱한 자리를 견디기로 하고 세 시간짜리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 마무리


저는 사실 그다지 여행을 자주하는 편이 아닙니다. 돌아다니기 보다는 그저 집에서 편안히 쉬며 즐기는 걸 선호하는 인도어파인데, 그래도 이 부탁해요☆시리즈의 현장방문 여행은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역시 동기가 있는 여행은 즐겁다고나 할까요?


상당히 타이트한 여행이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런 현장방문 성격의 여행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이걸로 여행기는 마치며 혹시 가보실 예정이 있으신 분이나 질문이 있으신 분께선 방명록에 글 남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