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게임 소감 / / 2019. 4. 24. 04:34

[소설]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 감상

(※ 트릭과 범인에 관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초반 줄거리 설명이 있습니다)


종종 추리 어드벤처 게임의 플레이 소감을 올려왔을 만큼 미스터리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애니와는 별 관계 없지만 앞으로는 가끔 이런 소설에 관한 포스팅도 해나갈 생각이며, 그 첫 번째로 [시인장의 살인]의 감상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제27회 아유카와 테츠야 상을 수상한 신인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 씨의 추리소설로, 하세 세이슈 씨의 [불야성] 이후 21년만에 처녀작이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의 1위를 차지한 걸 비롯해,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과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등 각종 2018년도 차트에서 1위를 휩쓴 화제작입니다. 물론 추리소설을 읽기 전에 스포일러를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 수상력만 듣고 구입하였을 뿐 내용은 전혀 모르는 채 읽기 시작했는데, 그 탓에 책을 4분의 1쯤 읽었을 때 예상치 못한 전개에 꽤나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컬트적 인기를 공고히 하고 있는 "좀비"의 등장 때문입니다.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러브 로맨스물이 핸드폰 때문에 옛날 같은 엇갈림을 연출하기 힘들진 것처럼, 미스터리에선 통신 및 교통 환경의 발달 때문에 점점 폐쇄된 사건 상황(closed circle)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과감하게도 좀비를 이용해 이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휴양지에서 화학 테러로 인해 수천 명의 좀비가 발생하고, 정부가 지역 봉쇄 등의 대책을 세우는 사이에 이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산속 펜션에 고립되는 것이죠.


간단한 줄거리는 과거에 자살사건이 있었던 대학 영화 동아리에 협박장이 날아오게 되고, 이를 무시하고 강행된 MT에 미스터리 애호회의 주인공이 참가했다가 펜션에 갇힌 채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말려든다는 내용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좀비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이보다 더 오소독스한 추리소설이 있을까 싶을 만큼 고전적인 시츄에이션과 등장인물들로 구성되어있지만, 그 뻔해보이는 스토리 속에서 좀비에 의해 서바이벌이 시작되고,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흉기가 좀비"라는 과감함이 더해집니다. 이 작품의 좀비가 지능과 자아를 완전히 잃은 존재로 표현되기에 가능한 내용인데, 그렇다고 황당한 트릭이나 전개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단순명쾌하며 납득하고도 남을 만큼 그 트릭에는 정통성이 다분합니다.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굳이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여주인공의 참가 이유가 약간 억지스럽다는 점과, 범인의 좀비에 관한 판단 중 일부가 안이하게 일반화시킨 예상에 기초했다는 점, 그리고 수상 심사평에서 츠지 마사키 씨도 지적했듯이 좀비 발생에 관한 외적 서술이 도중에 방치된 채 끝난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 이를 차치해도 이 작품은 정말 고전의 재창조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만큼 참신하며, 문체도 읽기 쉽고 깔끔한 좋은 추리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사건은 완전히 완결되지만, 내용 상 원래부터 계획되어있었다고 보이는 속편이 얼마 전에 발매되었기에 이 속편의 감상은 금요일에 올릴 예정입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올해 실사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 하며, 이 첫 권은 국내에도 정식 번역판이 발매되어있는 듯하니 혹시 관심 있으신 분께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