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게임 소감 / / 2013. 6. 1. 21:16

[애니] 극장판 009 RE:CYBORG - 감상


미리 말해둘 건 악평으로 가득한 감상이라는 겁니다. 아마 좋은 소리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니, 조금이라도 재밌게 본 분과 아무런 선입관 없이 앞으로라도 볼 생각이신 분은 가능한 읽지 않으시는 게 좋으리라 생각되며, 약간의 스포일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사이보그009의 신작 극장판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시노모리 씨의 팬이란 점도 있고, 2001년에 만들어졌던 51화짜리 리뉴얼 시리즈를 굉장히 재밌게 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번 극장판 RE CYBORG는 009 팬을 만족시키기엔 한참 부족하고, 그렇다고 009를 모르는 사람이 재미를 느끼기엔 009의 설정을 제멋대로 각색해 캐릭터들의 갈등을 풀어놓느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게 뻔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극장판은 원래 오시이 마모루 씨가 감독을 맡고, 그 제자인 카미야마 켄지 씨가 각본을 쓸 예정이었지만 결국 카미야마 씨가 감독과 각본을 전부 담당하게 되었는데, 카미야마 씨가 이 각본은 '오시이 마모루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였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오시이 테이스트로 가득합니다.



스토리는 원작의 마지막 장면 뒤 멤버들이 27년간 각자 나름의 생활을 해왔다는 설정 아래 2013년에 발생한 연속 테러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다만 이게 시원스럽게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게 아니라, 각 인물들을 얕게 조명하면서 각종 암시와 갈등 속 테마를 이야기하려 드는데, 잘난 척을 하고 싶어 안달인 듯 느껴지는 오시이식 연출은 솔직히 정작 중요시해야 할 재미는 뒷전이라 취향과 크게 어긋납니다. 


게다가 가장 치명적인 건 009다운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속장치나 사이코키네시스 같은 대표기술의 연출도 그렇고, 이들의 집합 모습도 없는데다 영화내에서 능력을 쓰지 않는 멤버들까지 있을 만큼 009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도입부와 최종 하일라이트에 원작 오마쥬가 있긴 해도, 연출이나 그 내용은 009가 아니라 009 캐릭터의 탈을 쓴 공각기동대의 느낌이었다고 하면 딱 적당한 비유가 될 듯합니다 (바뀐 성우진에 대한 불만도 잔뜩 있으나 길어지니 생략합니다 -_-;;).



이 애니는 2D처럼 보이기 위해 셀 애니메이션의 프레임 방식으로 제작된 3D 애니인데, 이제 2D풍 3D애니도 크게 발전했다고 생각하지만, 움직임이나 클로즈업장면에선 역시 3D의 어색함이 짙어 개인적으론 베르세르크의 하이브리드 방식이 더 나아보였습니다. 보통 같으면 '그래도 ○○는 좋았다'는 식으로 글을 마칠 텐데, 워낙 실망감만 커서 적당한 매듭 문구도 떠오르질 않네요. 뭐 기대한 팬으로서 보기에 그런 작품이었다는 겁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