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게임 소감 / / 2013. 5. 9. 14:16

[만화] 번뇌사(煩惱寺) 1-3권 감상


오늘 소개해볼 건 그리 길지 않은 완결 만화로, 여성작가인 아키에다 씨가 마이너 잡지인 코믹 플래퍼에 연재했던 세 권짜리 작품 [번뇌사(煩惱寺)]입니다.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스토리고, 캐릭터 디자인이 꽤 귀여워서 얼핏 러브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코미디라 할 만큼 유머나 개그가 있는 건 아니라 장르는 그냥 연애물이라고 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특징은 캐릭터들이 이런 류의 만화 치고는 꽤 나이가 든 서른에 가까운 재택 프로그래머와 OL란 점인데, 간단히 스토리를 얘기하자면 5년간 동거해온 애인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가 헤어지게 된 여주인공이 엘레베이터를 잘못 내려 찾아간 집의 남자 주인공과 만나 벌어지는 연애담입니다.


사실 이 주인공들은 두 사람 다 개성이 뚜렸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우리 주위에 있는 평범한 성격의 인물들이지만, 그런 이 둘의 이야기를 엮어내주는 게 번뇌사(煩惱寺)라 불리는 주인공의 특별한 방입니다. 절 주지의 둘째 아들인 주인공의 방엔, 절을 잇기 전에 모든 번뇌를 경험해보겠다며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형으로 부터 갖가지 별난 물건이 보내져오고, 이를 촉매 삼아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져가는 거죠. 참고로 이 물건들 중에는 냄새가 이상한 라면이라면서 한국의 새우탕 사발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작중에서 은근히 비중있는 아이템으로 결코 나쁜 의미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이 만화의 특징은 만남에서 결혼까지를 그린 연애만화임에도 내용에 그다지 큰 굴곡이나 갈등이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캐릭터들이 고민하는 장면이야 나오지만 그게 전혀 독자가 답답해질 만큼의 내용도 아니라서, 스트레스에 약한 현대인들 탓에 일상물이 유행한 것처럼, 이 작품은 어떤 의미로 연애물의 탈을 쓴 일상물 같은 만화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담으로 초반부 내용이 카토우 에미리 씨, 이시다 아키라 씨, 카키하라 테츠야 씨를 기용해 음성만화 형식으로 만들어진 적도 있긴 합니다만, 솔직히 애니화 등의 가능성의 거의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