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게임 소감 / / 2013. 5. 1. 20:12

[애니] 취성의 가르간티아: 무라타 감독님 인터뷰 ①


지난 4화 자막을 올리며 업데이트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무라타 카즈야 감독님의 롱인터뷰입니다. 인터뷰가 이루어졌던 건 01-02화 선행 상영 이벤트로, 애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스토리와 설정에 관한 이야기가 메인입니다. 워낙 길어서 두 번으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Q. 우선 기획의 발단부터 얘기해주시겠습니까?


A. 제가 참가하게 된 건 2010년 연말이며, 그 이전부터 우로부치 씨를 메인 라이터로 반다이 비쥬얼, 프로덕션IG, 니트로플러스 3사가 오리지날 로봇 애니를 만들자는 기획이 진행중이었습니다. 기본적인 뼈대는 우로부치 겐 씨가 만들고 있었고, 기획의 시작은 '일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려보자'라는 취지였죠. 그 단계에서 제가 감독 의뢰를 받았는데, 세계관과 캐릭터 등 전체적인 이미지는 어느 정도 잡혀있는 상태였습니다.


기획서를 읽었을 때 물의 혹성을 무대로 삼는다는 내용에 특히 큰 흥미를 느꼈는데, 안 그래도 제가 전부터 생각해뒀던 아이디어 중에 물로 된 혹성에서 배들을 연결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획에 딱 맞을 것 같아 이를 스케치로 그려 멤버들에게 보여줬더니 다들 마음에 들어해서 원래 기획에는 없었던 선단이란 모티브를 중요 요소로 집어넣게 되었죠. 그 뒤 우로부치 씨가 선단을 무대로 기획을 재구축해주셨고요. 주인공인 레드가 우주에서 찾아온 소년이란 설정도 재구축 단계에서 결정된 걸로, 초기의 기획과는 꽤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Q. 그 초기 기획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A. 지구가 아니라 새롭게 발견된 혹성으로 이주한 인류가 초고대문명의 유산을 찾아내 누가 먼저 이를 인양해내느냐 하는 내용이었죠. 별들을 돌아다닌다는 설정은 있었지만 우주전쟁에 관련된 요소는 없었습니다.



Q. 선단이란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A. 정확한 이름은 잊었습니다만 남미의 어떤 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게 계기였습니다. 그 강에는 이민자를 태운 배가 지나다니는데, 배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어서, 배가 하나의 사회를 구축하고 있었죠. 물론 강가에 정박할 때는 타고 내리는 사람이 있지만 특히 재밌게 느껴졌던 건 이민선이 가까이오면 강가에 사는 소년들이 작은 배를 로프로 연결해서 물건을 파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캄보디아의 호수에서 수상생활을 하는 집락도 영감을 주었는데, 학교나 병원도 물 위에 떠있고, 심지어 계절에 따라 물고기를 쫓아 마을 그 자체가 호수를 이동하는 걸 보고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물위의 불안한 생활 속에서 보여지는 일종의 모험심에 끌렸던 거죠.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무대가 이동하는 로드무비의 요소를 집어넣고 있는데, 이미 본편의 스토리 라인은 결정나있습니다만 그것과 다른 외전적 스토리를 시청자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즐기실 수 있도록 만드는 중입니다. 가르간티아 이외의 선단도 물론 존재하고 꼭 어떤 선단에 소속되어야 하는 것도 아닌 유동적인 사회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Q. 기획의 초기 컨셉인 '일을 하는 젊은이들'이란 요소는 남았습니까?


A. 스토리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주인공인 레드는 어떤 결단을 해야만 하게 됩니다.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르며, 이 미개 혹성에서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는 걸 깨닫죠. 결국 선단의 사람들과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어 자신이 있을 곳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때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지금까지 우주에서 로봇에 타고 싸울 줄 밖에 모르던 소년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노동을 할 필요성이 생기는 거죠. 그때까지 위의 명령에 따라 작전행동을 해왔을 뿐이던 레드가, 일을 자발적으로 고를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인간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됩니다.


Q. 마치 사회로 나가는 학생 같군요.


A. 맞습니다. 학생이라면 진로를 정할 때 누구나 부딪치는 벽이죠. 어른 말을 들으며 그냥 학교나 다니던 것과 달리, 거기서부터는 자신이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물론 확실한 비젼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저 막연한 일일 겁니다. 레드는 병사로서 우수했으니 학교로 치면 뛰어난 학생이었겠지만, 사회에 갑자기 내던져지면 그저 사회 초년병에 불과합니다.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할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거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걸 발견해가는 것. 그게 이번 기획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가장 큰 흐름입니다.


Q. 그렇다면 그냥 싸우기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겠군요.


A. 그렇긴 합니다만 레드가 가장 잘 하는 건 로봇에 타고 싸우는 일이라, 그 스킬에 의지해 이 세계에서 그가 제공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가게 됩니다. 자신이 이미 갖고 있던 것과, 선단에서의 생활 속에서 새롭게 얻은 것을 합쳐 자신의 삶을 정해가는 거죠. 한편 선단의 사람들도 레드라는 이분자를 자신들의 사회에 넣음으로서, 자신들의 사회가 레드가 살던 사회와 다르다는 걸 깨닿고 서로 새로운 발견을 해나가게 됩니다.



Q. 80년대에서 90년처럼 말하는 로봇이 많이 등장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체인버도 마치 레드의 파트너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말하는 로봇을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들고 나온 이유가 있으십니까?


A. 왜 지금이냐는 시대적 배경의 분석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웃음). 그저 레드라는 미숙한 소년이 새로운 뭔가를 얻어갈 때 좋은 파트너가 있어줬으면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말을 할 수 있는 게 좋겠고, 인간적인 사고가 가능한 존재처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로봇이 말을 하고 자율행동이 가능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사실 체인버는 이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싸울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지도해주는 선생님이나 코치 같은 역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려진 판단을 확실히 수행할 충실한 부하 같은 역할이죠. 말하자면 파일럿의 의사결정 앞단계와 뒷단계를 동시에 담당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레드가 성장해가기 때문에 레드와 체인버의 관계성 자체도 변화합니다. 체인버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던 상태에서, 레드 스스로가 새로운 세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는 거죠.


Q. 전에 이 작품은 요즘의 일반적인 로봇 작품과 다르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A. 체인버는 원래 전투 로봇으로 개발되었기에 병기로는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게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주인공 레드의 성장 이야기로, 레드와 체인버의 관계 변화도 그에 따라 그려집니다. 에피소드마다 적이 나타나 이를 쓰러트리고 기뻐하거나, 어떤 작전행동을 통해 쾌감을 주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다는 거죠. 멋있다는 뜻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보다 넓은 의미에서 이를 표현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전투도 멋있게 그릴 것이니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 인터뷰도 다음 화 방영 전에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