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만화 게임 소감 / / 2019. 4. 26. 06:29

[소설] 마안 상자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 감상

마안 상자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마안의 상자의 살인 감상

(※ 트릭과 범인에 관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줄거리 설명이 있습니다)


그저께 포스팅한 [시인장의 살인]에 이어, 후속편인 [마안 상자의 살인]의 감상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씨의 관 시리즈에서 나카무라 세이지를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이제 시리즈화의 첫 발을 내딛은 이 작품은 전작에서 좀비 테러를 일으킨 마다라메 기관을 추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사실 그걸 왜 경찰이 아니라 일반 대학생인 주인공들이 발벗고 나서서 하느냐라는 근본적인 딴지거리가 있긴 하지만, 이건 다른 추리소설에서도 자주 보이는 문제라 일단 넘어가겠는데, 그보다 이번 편에서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지나친 오컬트 요소입니다.


이번 작품은 마다라메 기관의 초능력 연구 시설에 찾아간 주인공이 그곳에서 예언(豫言)에 관련된 사건에 말려든다는 내용이며, 전작에서 좀비라는 신선한 요소로 폐쇄상황에 몰렸던 것과 달리, 이번엔 너무나도 심플하게 핸드폰조차 안 통하는 산간벽지에서 유일한 나무다리마저 불타 고립됨으로써 클로즈드 서클이 만들어집니다. 솔직히 전작 때문에 기대치가 많이 높아져 있었기에 이번엔 이 예언이란 소재를 얼마나 참신하게 다뤄줄 것인지 두근거렸지만, 이야기가 아무리 진행되어도 이 오컬트 요소에 대한 설명이 이뤄질 기미가 전혀 없어서 시종일관 답답함을 떠안고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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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해둘 건 작품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이야기가 잘 짜여져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트릭 자체는 매우 단순하지만, 특수 상황에 따른 범인의 심리 추리와 사건 해결 뒤의 추가적인 반전, 그리고 발전되어가는 주인공들의 관계까지 나무랄 데 없이 멋진 플롯 속에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단 문제는 이 스토리 속에서 예언을 다룬 방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페이크 사이언스와 오컬트는 완전히 별개로 봐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전자는 작품 안에 실존하는 허구로 받아들이고 읽을 수 있는 데 반해 (좋은 예가 바로 전작의 좀비입니다), 후자는 그러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생각입니다. 이 작품에서의 예언은 여주인공의 특이체질처럼 그저 우연으로 치부될 수 있는 선을 훨씬 넘어서 논리적 설명이 전혀 없이 마치 기적처럼 여러 차례 이뤄지며, 비과학적인 예언 능력이 실존함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요소로 다뤄집니다. 게다가 그 예언 능력이 사건의 핵심에까지 너무나도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훌륭한 추리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후련치 못한 기분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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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작품만의 개성이자 참신함이란 의미에서 이런 오컬트 요소를 100퍼센트 긍정하기에 성립되는 재미도 결코 부정할 순 없지만, 모리 히로시 씨의 작품군 같은 논리성을 중시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개인 취향 문제도 있어서 솔직히 약간 아쉬웠던 부분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마안 상자의 살인]이 재밌는 미스터리였다는 사실엔 조금도 토를 달 생각이 없으며, 마지막에 예고되는 시리즈의 다음 작품 역시 크게 기대중입니다.